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슈베르트의 송어를 노래하다/김은국

작성자 사진: 정혜선정혜선

최종 수정일: 2024년 6월 24일

슈베르트의 송어를 노래하다


김은국


딸이 성악 레슨을 받고 있어요

송어 한 마리

피아노 하얀 건반에 걸려

그녀의 목소리로 헤엄쳐 나왔어요

익숙한 송어

고등학교 음악실에서 양식되었죠

바이올린 현의 그물을 빠져나가며

내 감정의 등살이

화살처럼 헤엄치게 했었어요

나는 송어인가, 낚시꾼인가, 나그네인가

아카시아향에 취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계단은

나를 낚시꾼이라 알려 주었어요

미끼에 매료되어 아름다운 덫을 만들고

송어의 입 안 깊이를 찌로 측정하는 기술을 익혔어요

노력한 만큼 세월은 노련해지는 거예요

불그런 노을의 속살에 흥미를 잃어 가고

창백한 새벽이 빈번한 빈혈로 주저앉을 때

내 낚싯대는 추도 없는

막대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

낚시 바구니를 향해 눈길을 돌려봐요

송어 한 마리

내 입술은 낚시 고리에 감겨 있어요

길만 따라 걷던 그 나그네의 생각이 정답이었을까

나는 오랜 세월

나를 낚아 올린 거였어요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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